1. 서 론
글로벌 디지털 전환 투자 규모는 2024년 2.5조 달러를 기록하였으며, 2027년까지 3.9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Statista, 2024). 글로벌 디지털 전환은 산업과 학문 전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연구 현장 역시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연구 수행 방식과 협력 구조, 데이터 활용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Verhoef et al., 2021).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영역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생명과학과 식품과학을 포함한 이공계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기자재와 분석 서비스의 구매 및 발주 과정이 여전히 복잡하고 수작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필요한 기자재나 분석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공급업체의 웹사이트를 오가며 견적을 비교하고, 각 업체의 영업 담당자에게 개별적으로 문의해야 하는 실정이다. 결제 이후에도 별도의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연구자는 본연의 연구 활동보다 행정 업무에 과도한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디지털 기술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부재할 경우, 연구자들은 본연의 연구 활동에 집중하기보다 비효율적인 행정 프로세스에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게 되며, 이는 결국 연구 생산성을 저해하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디지털 통합 구매 플랫폼이 대두되고 있다. 단일 채널을 통해 제품 정보 탐색, 견적 비교, 발주 및 결제, 분석 서비스 신청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이러한 시스템은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기업 에게는 새로운 판로와 마케팅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기존의 단절된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인프라적 역할을 수행하며,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거래 효율성을 높인다(Constantinides et al., 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플랫폼의 도입과 활용이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선다. 기술 수용 연구가 지적하듯, 기술의 존재와 실제 사용 사이에는 사용자가 지각하는 유용성, 용이성, 가격 가치, 그리고 습관과 같은 복합적인 심리적·행동적 요인들의 간극이 존재한다(Venkatesh et al., 2012). 즉, 플랫폼을 도입하려는 조직의 의사결정(Why)과 실제 사용하는 개인의 인식(What)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러한 간극이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확산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연구들은 기술 수용 모형(TAM; Davis, 1989), 혁신 확산이론(DOI; Rogers, 2003), 제도이론(Institutional Theory; DiMaggio & Powell, 1983) 등 다양한 이론적 관점에서 기술 채택 과정을 설명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는 조직 또는 개인 중 한 수준에 집중되어 있으며, 두 수준 간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사례는 드물다. 국내에서는 클라우드 기반 의료정보시스템 도입 시 위험과 혜택을 다룬 연구(Choi et al., 2022) 등이 있으며, 국외에서도 디지털 도구의 가치 창출 과정을 분석한 연구(Henfridsson et al., 2018) 등이 수행되었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대체로 특정 산업이나 단일 요인에 국한되어 있다. 특히 조직의 제도적 압력, 기술의 속성, 개인의 인식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는지를 통합적으로 설명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생명과학 및 식품과학 등 고도의 전문성과 규제 요건이 공존하는 R&D 기반의 B2B 환경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특히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조직–기술–개인의 세 수준을 포괄하는 통합적 분석 틀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제도이론을 통해 조직이 플랫폼을 도입하는 제도적 압력(강제적, 모방적, 규범적)을 설명하고, 혁신 확산 이론을 통해 플랫폼의 기술적 속성(상대적 이점, 복잡성, 적합성)이 채택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다. 또한 기술 수용 모형을 통해 개인이 기술을 수용하는 심리적 요인, 즉 지각된 유용성과 사용 용이성을 통해 실제 이용 의도가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아울러 카노 모델(Kano et al., 1984)을 적용하여 플랫폼의 기능적 품질 속성이 사용자 만족과 불만족에 미치는 비선형적 관계를 파악한다. 이는 "기능이 좋으면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단순한 선형적 논리를 넘어, 사용자의 기대 수준과 감정적 반응을 함께 고려한 보다 현실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이론적 기반 위에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을 제시한다.
(1) 플랫폼의 기능적 품질 속성은 사용자의 만족과 불만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2) 조직적 요인과 기술적 요인, 그리고 환경적 요인은 플랫폼 이용 의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3) 이러한 영향 요인은 사용자 집단(예: 직장인 그룹 vs. 연구원 그룹)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가?
본 연구는 기존의 단편적인 기술 수용 연구를 넘어 TAM, DOI, 제도이론, 카노 모형을 통합한 복합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론적 의의를 지닌다. 이를 통해 디지털 구매 플랫폼 이용 의도를 함께 살펴보며, R&D 기반 조직의 기술 채택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실무적으로는 연구기관의 구매 효율성 제고와 행정 절차 간소화를 지원하고, 공급 기업에는 플랫폼 기반의 시장 접근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장에서는 연구의 배경과 목적을 서술하고, 제2장에서는 관련 이론적 배경과 선행연구를 검토한다. 제3장에서는 연구모형과 연구 방법을 설명하며, 자료 수집 절차와 변수의 조작적 정의 및 측정 항목을 포함한다. 제4장에서는 실증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변수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토하며 연구가설을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학문적·실무적 기여와 한계, 그리고 향후 연구 방향을 논의한다.
2. 이론적 배경
2.1 디지털 전환과 B2B 구매 플랫폼의 부상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은 산업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특히 기업 간 거래(B2B) 환경에서 그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Westerman et al., 2011). 전통적인 B2B 거래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과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거래 절차가 장기간 소요되고 비효율적인 특성을 보였다. 이러한 비효율성은 Bakos(1997)가 지적한 높은 '구매자 탐색 비용'에서 비롯된다. 전통적 시장에서 구매자는 가격과 제품 정보를 획득하는 데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이는 정보 비대칭을 유발하여 최적의 거래를 어렵게 만든다. 또한, Kaplan and Sawhney(2000)는 전통적인 B2B 조달 방식이 매우 분산되어 있어(다수의 이해관계자), 개별 주문 처리 비용이 높은 비효율적 프로세스를 특징으로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거래 비효율성은 특히 다수의 공급업체로부터 다양한 품목을 조달해야 하는 R&D 조달 환경에서 더욱 심화 되며(Kaplan & Sawhney, 2000), 결과적으로 연구자의 행정 부담과 조달 지연이 연구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적인 거래 구조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강조되면서, 멀티 사이드 플랫폼이 핵심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서로 다른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거래 비용을 줄이고,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며,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인다(Hagiu & Wright, 2015). 실제로 Park and Park(2024)은 O2O 플랫폼 환경에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 품질과 사용자가 생성하는 정보 품질이 사용자의 '평가 비용'을 낮추고 '의사결정 품질'을 높여 플랫폼 충성도를 강화하는 핵심 요인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플랫폼이 조직과 개인에게 성공적으로 수용되고 확산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학문적·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 절에서는 조직 차원의 도입 배경을 설명하는 제도이론과 혁신 확산 이론을 검토하고, 이어서 개인 수준의 수용 과정을 설명하는 기술 수용모형(TAM), 그리고 만족 형성을 비선형적으로 설명하는 카노 모델을 논의함으로써 본 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
2.2 조직의 기술 채택에 관한 이론 고찰
조직이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을 도입하는 과정은 단순히 기술의 우수성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조직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압력과 기술 자체의 특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본 절에서는 조직 차원의 기술 채택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인 제도이론과 혁신 확산 이론을 검토한다.
2.2.1 제도이론(Institutional Theory)
제도이론은 조직의 구조와 행동이 효율성이나 합리성 추구의 결과라기보다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의 규범과 가치를 따르려는 동형화 과정의 결과로 해석된다(DiMaggio & Powell, 1983). 즉, 조직은 기술적 합리성보다는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주변 조직들과 유사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DiMaggio and Powell(1983)은 제도적 동형화를 유발하는 세 가지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첫째, 강제적 동형화는 지배적 고객, 공급자, 모기업, 규제 기관 등 외부 권위나 제도적 압력에 의해 조직이 특정 기술이나 관행을 채택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조직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동시에 채택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둘째, 모방적 동형화는 조직이 불확실성과 모호성에 직면할 때 타 조직을 모방함으로써 유사한 형태를 띠게 되는 현상이다.
셋째, 규범적 동형화는 전문가 집단의 가치관과 규범을 통해 기술 채택이 확산되는 현상으로, 전문 교육, 학회, 네트워크 등을 통해 형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세 유형 중에서도 특히 강제적 동형화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는 공급망 관계나 규제기관 등 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압력이 조직의 기술 도입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하기 때문이다(DiMaggio & Powell, 1983).
2.2.2 혁신 확산 이론(Diffusion of Innovation Theory)
혁신 확산 이론(DOI)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이 사회 시스템 내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설명한다(Rogers, 2003). 제도이론이 외부 환경적 요인을 강조한다면, 혁신 확산 이론은 기술 자체의 속성과 조직 구성원의 인식이 도입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본다.
Rogers(2003)는 혁신 채택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섯 가지 속성을 제시하였다. 첫째, 상대적 이점은 기존 방식보다 혁신이 더 낫다고 인식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둘째, 적합성은 조직의 기존 가치나 필요와의 일치 정도를 나타낸다. 셋째, 복잡성은 기술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식되는 정도이다. 넷째, 시험 가능성은 제한된 범위에서 기술을 실험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다섯째, 관찰 가능성은 혁신의 결과를 다른 사람들이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Moore and Benbasat(1991)는 이러한 기술의 속성들을 IT 환경에 적용하여 혁신 수용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척도를 제시하였으며, Agarwal and Prasad(1998)는 기술의 속성뿐 아니라 사용자 개인의 혁신적 성향도 중요한 변수임을 밝혔다. 본 연구에서는 Rogers(2003)가 제시한 다섯 가지 속성 중 특히 ‘상대적 이점’에 주목하였다. 상대적 이점은 기술이 기존 방식보다 업무 효율과 성과를 높인다고 인식되는 정도로, 본 연구의 ‘기술적 효율성’ 개념과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플랫폼이 연구자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인식될수록 기술 채택 및 이용 의도가 강화된다고 볼 수 있으며(Rogers, 2003; Moore & Benbasat, 1991; Davis, 1989), 이는 기술 수용 모형의 ‘지각된 유용성’과도 개념적으로 유사하다.
이처럼 제도이론과 혁신 확산 이론은 각각 환경적 요인과 기술 내재적 특성을 강조함으로써, 조직의 기술 도입 과정을 상호 보완적으로 설명한다.
2.3 개인의 기술 수용에 관한 이론적 고찰
조직이 기술 도입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사용자인 개인이 이를 받아들이고 활용하지 않으면 기술의 가치는 실현되지 않는다. 개인 수준의 기술 수용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이 기술 수용 모형(TAM, Technology Acceptance Model)이다. TAM은 정보기술 분야에서 사용자의 수용 과정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 널리 활용되는 이론으로, 합리적 행위이론에 기반하여 Fred Davis가 제안하였다(Davis, 1989). TAM에 따르면 사용자의 행동 의도는 '지각된 유용성'과 '지각된 용이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변수에 의해 결정되며, 이 행동 의도가 실제 사용 행동을 결정한다(Davis et al., 1989).
지각된 유용성은 시스템 사용이 직무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정도이며, 지각된 용이성은 시스템 사용이 어렵지 않다고 인식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TAM에서는 지각된 용이성이 지각된 유용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며, 이는 사용하기 쉬운 기술일수록 더 유용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Venkatesh & Davis, 2000). 이러한 두 변수는 외부 변수와 실제 사용 사이에서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며, 기술 수용에 대해 간결하고도 높은 설명력을 지닌다(Davis, 1989). TAM은 이후 다양한 외부 요인을 통합한 확장 모형(TAM2, TAM3)과 통합 기술 수용이론(UTAUT)으로 발전하였으며(Venkatesh et al., 2003), 개인의 기술 수용 행동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TAM2, TAM3, UTAUT 등 확장된 모형이 아닌 기본 TAM을 핵심 이론 틀로 채택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TAM은 정보기술 수용 연구에서 가장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설명력을 가진 모델로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각된 유용성'과 '지각된 용이성'은 사용자의 이용 의도를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심리 기제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둘째, 본 연구는 TAM을 단독으로 적용하기보다 조직-기술-개인 수준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을 지향한다. TAM은 제도이론(조직적 요인)이나 혁신 확산 이론(기술적 특성)과 같은 외부 변수가 개인의 실제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매개 역할을 수행한다. 즉, 복잡한 확장 모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기본적 이면서도 설명력이 뛰어난 TAM의 핵심 논리(지각된 유용성, 지각된 용이성)를 개인의 수용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적 가교'로 활용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Study 2에서 설정한 기술적 요인('기술적 효율성')과 조직적 요인('외부 지원 및 교육')이 개인의 이용 의도로 연결되는 매커니즘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데 최적의 이론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TAM은 조직 차원의 도입 결정이 개인 차원의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연결하는 논리적 토대를 제공한다.
2.4 사용자 만족과 카노 모델
기술이나 서비스를 단순히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만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능의 유무나 수준이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카노 모델(Kano Model)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속성과 사용자 만족 간의 관계가 단순한 선형적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이론으로, 특정 속성의 충족 수준에 따라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Kano et al., 1984).
2.4.1 카노 모델의 개념 및 속성
카노 모델은 품질 속성을 크게 세 가지 핵심 유형으로 분류한다(Kano et al., 1984).
첫째, 필수적 품질(Must-be Quality)은 사용자가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속성으로,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강한 불만을 일으키지만 충족되더라도 만족도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다(Tontini, 2007). 예를 들어, 디지털 구매 플랫폼에서 '정확한 제품 정보 제공'이나 '안정적인 결제 기능'은 연구 맥락에서 필수적 품질로 볼 수 있으며, 이들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플랫폼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다.
둘째, 일원적 품질(One-dimensional Quality)은 기능의 성능 수준과 사용자 만족도가 비례 관계를 보이는 속성으로, 충족될수록 만족도가 증가하고 미충족 시 불만족이 커진다. 예를 들어 '검색 속도', '견적 비교의 신속성', '주문 처리 시간' 등은 이러한 일원적 품질에 해당하며, 플랫폼의 성능 향상이 직접적으로 사용자 만족도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매력적 품질(Attractive Quality)은 사용자가 기대하지 않았던 기능이 제공될 경우 큰 만족을 일으키지만, 제공되지 않더라도 불만족을 느끼지 않는 속성이다(Kano et al., 1984). 예를 들어 'AI 기반 개인 맞춤형 제품 추천'이나 '논문 데이터 연동 분석 서비스'는 이러한 매력적 품질에 해당하며, 사용자에게 예상치 못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높은 만족도와 충성도를 유도한다.
2.4.2 기술 및 서비스 분야에서의 카노 모델 활용
카노 모델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 웹사이트 설계, B2B 솔루션, 공공 서비스,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요구사항 분석 및 기능 우선순위 설정에 활용되어 왔다. 실제로 많은 선행연구가 카노 모델을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적용하며 그 유효성을 검증해 왔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Vavpotič et al. (2019)이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의 품질 요소를 Kano 모델의 주요 만족 유형으로 매핑하여 IT 프로젝트의 순효과(net benefits)와의 관계를 검증하였다. 또한 웹사이트 설계 분야에서는 웹 환경의 기능이 사용자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분류하기 위해(Dran et al., 1999) 활용되었으며,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는 도서관과 같은 공공기관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Lee & Kim, 2008) 활용되었다. 이와 더불어 헬스 케어 분야에서는 Barrios-Ipenza et al.(2021)이 페루 PPP 병원의 31개 의료 서비스 속성을 Kano 모델로 분류하여, 어떤 요인이 환자 만족과 불만족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등 그 적용 범위가 지속 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기술적 또는 재정적 이유로 여러 요구사항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는 상충 관계에 놓였을 때, 이 모델은 어떤 요소가 고객 만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하여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돕는다.이러한 특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Xu et al.(2009)은 고객 만족도와 생산자(개발자)의 역량(비용) 사이의 '최적의 상충 관계'를 분석하는 '분석적 카노 모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제품 개발 시 일반적으로 모든 필수적(Must-be)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 일원적(One-dimensional) 요구사항에서는 시장 선도 기업과 경쟁력을 갖추며, 차별화되는 몇 가지 매력적 요소를 포함 시키는 것이 권장된다(Berger et al., 1993). 카노의 고객 만족 모델에 따르면, 일원적 요인과 매력적 요인의 중요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성과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2.5 선행연구 고찰 및 본 연구의 차별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도이론과 혁신 확산 이론은 기술 도입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과 기술적 요인을, 기술 수용 모형은 개인의 기술 수용 의도를, 카노 모델은 사용자 만족의 비선형적 구조를 각각 설명한다. 이러한 이론들을 활용한 선행연구들은 기술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밝혀왔다(DiMaggio & Powell, 1983; Rogers, 2003; Davis, 1989; Kano et al., 1984).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몇 가지 한계를 갖는다. 첫째, 많은 연구가 환경적 요인과 기술적 요인, 그리고 개인의 수용 및 만족 과정을 서로 독립적으로 다루어, 이들 요인이 실제 기술 수용 과정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통합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둘째, 연구자들의 구매 및 발주 과정과 같이 전문성이 높고 조직 내 절차적 복잡성이 큰 B2B 연구 환경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셋째, 기존 연구 대부분은 플랫폼 기능의 우선순위나 사용자 만족 구조를 별도의 연구 틀로 분석했으며, 기술 수용 이론과 사용자 만족 모델(Kano)을 통합하여 기술의 채택과 사용, 만족으로 이어지는 전체 과정을 연계한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여 다음과 같은 구체적 차별성을 가진다.
첫째, 제도이론, 혁신 확산 이론, 기술 수용 모형(TAM)을 통합함으로써 조직, 기술, 환경의 세 요인과 개인 수준의 이용 의도를 하나의 통합적 구조 모형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기술 도입 의사결정(조직)과 실제 사용 행동(개인) 간의 단절을 해소하는 설명력을 확보하였다.
둘째, 기존 연구가 간과해 온 연구개발 기관의 구매와 발주 프로세스라는 고유한 B2B 맥락을 연구 대상 으로 설정하였다. 이 분야는 기술적 전문성, 절차적 복잡성, 다수의 공급사 및 견적 비교 등 일반적인 정보시스템(IS) 수용 환경과 명확히 구별되며, 본 연구는 이러한 특수한 환경에서 디지털 구매 플랫폼이 어떻게 수용되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셋째, 카노 모델을 활용하여 플랫폼 기능에 대한 연구자와 직장인의 만족 구조와 기능의 우선순위를 정량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기술 수용과 사용자 만족 간의 연계를 처음으로 통합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는 TAM 기반 연구가 주로 ‘인지적 요인 → 행동 의도’에만 초점을 두었던 기존 흐름을 넘어, 플랫폼 기능 설계와 서비스 개선 방향까지 제시하는 실무적 확장성을 제공한다.
넷째, 연구 설계 측면에서 B2B 연구 환경을 직장인 그룹과 연구원 그룹으로 구분하여 다 집단 분석(MGA)을 수행함으로써, 직무 특성에 따른 이용 의도 경로의 차이를 검증하였다. 이는 동일 기술이라도 사용자 집단에 따라 채택 요인이 다르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의미 있는 시도이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기술 채택에 관한 기존 단편적 접근을 넘어, 조직적 요인,기술적 요인,개인적 요인,만족 요인을 하나의 분석구조로 통합함으로써 이론적으로 기술 수용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고, 실무적으로 연구기관의 디지털 구매 플랫폼 이용 및 설계와 기능개선에 대한 실질적 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3. 연구 방법
3.1 연구모형 및 가설설정
본 연구는 연구실 및 관련 산업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이용 의도와 사용자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두 단계의 순차적 접근법을 채택하였다. 먼저, Study 1에서는 플랫폼 기능이 사용자 만족도에 미치는 비선형적 관계를 카노 모델을 통해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Study 2에서는 조직, 기술, 환경 요인이 개인의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3.1.1 Study 1 : 카노 모델 기반 품질 요인 분류
Study 1은 사용자 관점에서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개별 기능이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카노 모델(Kano et al., 1984)을 적용하였다. 카노 모델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정 품질 요소가 충족되었을 때 고객이 느끼는 만족감이 항상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플랫폼의 주요 기능들을 필수적(Must-be), 일원적(One-dimensional), 매력적(Attractive) 품질 요인으로 분류하고, 각 기능의 충족 여부가 사용자 만족 및 불만족에 미치는 비선형적 영향을 검토한다. Figure 1은 Study 1의 카노 모델 개념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 모형을 바탕으로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주요 품질 유형들과 사용자 만족 간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필수적 품질 요인(Must-be Quality Factor)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강한 불만족을 일으키지만, 충족되더라도 만족도 향상에는 기여하지 않는다. 둘째, 일원적 품질 요인(One-dimensional Quality Factor)은 충족 수준에 비례하여 만족도를 높이거나, 충족되지 못할 경우 불만족을 일으키는 선형적 관계를 갖는다. 셋째, 매력적 품질 요인(Attractive Quality Factor)은 충족될 경우 기대 이상의 만족을 제공하지만, 충족되지 않더라도 불만족을 직접적으로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러한 품질 유형들은 기능 속성과 만족/불만족 간에 존재하는 비대칭적이며 비선형적인 관계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일원적 품질 요인은 충족 여부에 따라 만족과 불만족이 선형적으로 변하지만, 필수적 품질 요인과 매력적 품질 요인은 충족 여부에 따라 만족과 불만족의 변화 양상이 비선형적으로 나타난다(Tontini, 2007).
3.1.2 Study 2 : 플랫폼 이용 의도에 관한 통합 이론 모형
Study 2는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설명하기 위해 제도이론(Institutional Theory), 혁신 확산 이론(Diffusion of Innovation Theory, DOI), 기술 수용 모형(Technology Acceptance Model, TAM)을 통합적으로 적용하였다. 각 이론은 조직의 외부 환경적 압력, 기술의 내재적 속성, 그리고 최종 사용자의 인지적 수용 과정을 설명하는 상호보완적 틀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플랫폼 이용 의도에 대한 결정 요인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에서 도출된 주요 변수들을 바탕으로 통합적 연구모형을 수립하였으며, 해당 모형은 Figure 2에 제시되어 있다.
본 연구는 플랫폼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기술적, 조직적, 환경적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며, 그림의 연구모형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설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플랫폼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선행 요인의 직접적 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다음의 가설을 설정하였다.
H1: 플랫폼의 기술적 신뢰성은 기술적 효율성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H2: 조직의 혁신 수용성은 외부 지원 및 교육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H3: 공급망 압력은 플랫폼 이용 의도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H1-H3은 각각 기술적, 조직적, 환경적 요인이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직접 영향을 검증한다. 플랫폼의 기술적 신뢰성은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작동한다는 신뢰를 뜻하며, 이는 기술의 효율적 활용을 높인다. 조직의 혁신 수용성은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조직 내에 퍼뜨리는 태도이며, 혁신 수용성이 높을수록 체계적 교육과 외부 지원을 통해 구성원의 학습과 적응을 돕는다. 공급망 압력은 거래 파트너나 규제 기관 등 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가해지는 기술 도입 압력으로, 제도이론(DiMaggio & Powell, 1983)의 강제적 동형화 개념과 관련된다. 이러한 외부 압력은 조직이 기술 도입을 통해 정당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행동을 유발한다.
다음으로, 매개 요인들이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설정하였다.
H4: 플랫폼의 기술적 효율성은 플랫폼 이용 의도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H5: 외부 지원 및 교육은 플랫폼 이용 의도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술적 효율성은 혁신 확산 이론(Rogers, 2003)의 ‘상대적 이점’과 기술 수용 모형(Davis, 1989)의 ‘지각된 유용성’개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본 연구에서의 기술적 효율성은 플랫폼이 업무 효율과 성과를 실질적으로 향상 시킨다고 인식되는 정도를 의미하며, 이는 지각된 유용성과 동일한 의미적 축을 공유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플랫폼을 유용하다고 인식할수록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H4는 TAM의 이론적 기반과 정합성을 갖는다.
한편, 외부 지원 및 교육은 기술 수용 모형에서의‘지각된 용이성(perceived ease of use, PEOU)’과 개념적으로 연관되지만, 본 연구에서는 이를 PEOU를 직접 측정하는 심리적 구성개념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외부 지원 및 교육은 조직 차원에서 제공되는 학습 지원·안내 체계를 의미하는 조직적 요인으로, 사용자가 플랫폼을 익히고 적응하는 데 필요한 부담을 완화하는 환경적 조건을 설명한다. TAM의 선행연구들은 이러한 조직적 지원이 사용자의 지각된 용이성을 간접적으로 향상시켜 최종적인 이용 의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제시해 왔다. 본 연구는 연구모형의 간결성과 실증적 검증 가능성을 고려하여, 지각된 용이성을 별도의 매개변수로 도입하기보다 이러한 조직적 지원 활동이 플랫폼 이용 의도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정하에 H5를 설정하였다.
본 연구는 주요 요인들이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이 사용자의 직업적 특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즉, 디지털 구매 플랫폼을 사용하는 주된 목적과 업무 특성이 상이한 직장인 그룹과 연구원 그룹 간에는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직장인 그룹은 정형화된 절차에 따라 비용 효율성, 시간 단축, 구매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 업무 효율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플랫폼의 기술적 효율성(H6-1)은 이들의 이용 의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며, 조직의 규정과 절차를 지키기 위한 체계적인 외부 지원 및 교육(H6-2)도 중요하다(Davis, 1989). 또한 제도이론에 따르면 조직은 경쟁사나 핵심 파트너사의 기술 도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DiMaggio & Powell, 1983), 공급망 압력(H6-3)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연구원 그룹은 비정형적이고 탐색적인 연구 과업을 수행하며, 필요한 연구 장비나 희귀 시약을 적시에 확보하는 것을 우선한다. 이들에게 기술의 가치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업무 효율화를 넘어, 과업과 기술 적합성에 따라 결정된다(Goodhue & Thompson, 1995). 따라서 기술적 효율성(H6-1)은 "원하는 품목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가"의 관점에서 평가된다. 연구직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Rogers, 2003). 이 때문에 연구직 종사자는 정형화된 외부 지원 및 교육(H6-2)보다는 플랫폼 기능성 자체를 더 중시한다. 이들의 구매 결정은 산업계의 압력보다 연구 과제의 필요성에 따르므로 공급망 압력(H6-3)의 영향은 직장인 그룹보다 작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설정하였다.
H6: 사용자의 직업(직장인 그룹/연구원 그룹)은 다음의 관계를 각각 조절할 것이다.
H6-1: 사용자의 직업(직장인/연구원)은 기술적 효율성과 플랫폼 이용 의도 간의 관계를 조절할 것이다.
H6-2: 사용자의 직업(직장인/연구원)은 외부 지원 및 교육과 플랫폼 이용 의도 간의 관계를 조절할 것이다.
H6-3: 사용자의 직업(직장인/연구원)은 공급망 압력과 플랫폼 이용 의도 간의 관계를 조절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위의 직접 및 조절 관계 외에도 주요 요인들 간의 매개 효과를 검증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플랫폼의 기술적 신뢰성과 플랫폼 이용 의도 간의 관계에서는 기술적 효율성이 매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조직의 혁신 수용성과 플랫폼 이용 의도 간의 관계에서는 외부 지원 및 교육이 매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설을 설정하였다.
H7: 플랫폼의 기술적 신뢰성은 기술적 효율성을 매개로 플랫폼 이용 의도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H8: 조직의 혁신 수용성은 외부 지원 및 교육을 매개로 플랫폼 이용 의도에 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3.2 자료수집 및 분석 방법
3.2.1 자료수집
본 연구의 연구모형과 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실제 또는 잠재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대상은 구매, 품질관리, 연구개발(R&D) 등 관련 직무를 수행하는 산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연구기관과 대학에 소속된 연구원, 교수,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되었다. 설문은 전문 조사기관인 ㈜인바이트를 통해 2025년 3월부터 4월까지 약 두 달간 진행되었으며, 총 200부의 응답 중 불성실하거나 응답 내용의 일관성이 부족한 설문을 제외한 188부를 최종 유효 표본으로 선정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응답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직무 분포는 Table 1에 제시되어 있으며, 이는 표본의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었다.
H6의 다중집단분석(MGA)을 위해 Table 1의 직업 항목을 두 개의 분석 집단으로 재 분류하였다.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R&D·연구 활동을 공통 적으로 수행하는 ‘Researcher’(n=6), ‘Professor’(n=16), ‘Graduate Student’(n=24)는 연구 수행을 주요 업무로 한다는 점에서 통합하여‘연구원 그룹’(총 n=46)으로 구성하였다.
반면, ‘Office Worker’(n=142)는 기업 환경에서 일반 사무, 구매, 행정 및 기업 소속 R&D 실무를 수행하는 응답자로 판단하여‘직장인 그룹’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재분류는 연구 활동 중심 집단과 기업 실무 중심 집단 간의 플랫폼 수용 인식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3.2.2 변수의 조작적 정의 및 측정
연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모형의 주요 변수들을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측정 가능한 설문 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설문 문항은 기존 문헌에서 검증된 항목들을 본 연구의 목적과 맥락에 맞게 수정 및 보완하였으며, 관련 분야 종사자 20명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예비조사를 통해 문항의 이해도와 표현의 명확성을 점검하고, 일부 문구를 조정한 후 최종 설문지를 확정하였다.
최종 설문지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Study 1에서는 카노(Kano) 모델에 기반하여 플랫폼의 기능별 만족도를 평가하였다. 이를 위해 선정된 10개의 핵심 기능에 대해 기능적 질문과 비기능적 질문으로 구성된 문항 쌍(총 20문항)을 제시하였으며, 각 문항은 5점 척도(1 = '마음에 안든다' ~ 5 = '마음에 든다')로 측정하였다.
둘째, Study 2의 독립변수 및 매개변수를 측정하기 위해 기술적 요인(기술적 신뢰성, 기술적 효율성), 조직적 요인(혁신 수용성, 외부 지원 및 교육), 환경적 요인(공급망 압력)에 관한 총 15개 문항을 포함하였으며, 각 문항은 7점 리커트 척도(1 = '전혀 그렇지 않다' ~ 7 = '매우 그렇다')로 측정하였다.
셋째, 종속변수인 플랫폼 이용 의도는 총 4개 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7점 리커트 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주요 변수의 조작적 정의 및 측정 항목은 Table 2에 제시하였다.
3.2.3 분석방법
수집된 데이터는 SmartPLS 4.0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응답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기술 통계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후 측정 모형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Cronbach's a, 합성 신뢰도(CR), 평균 분산 추출(AVE)을 산출하였으며, Fornell-Larcker 기준 및 HTMT 비율을 활용하여 판별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가설 검증은 부분 최소 제곱 기반 구조방정식모형(PLS-SEM)을 통해 수행하였으며, 부트스트래핑 기법을 적용하여 경로계수의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였다. 사용자의 직업군에 따른 조절 효과는 다중집단분석(MGA)을 통해 검증하였다. 매개효과는 부트스트래핑 기반 간접효과 분석을 통해 검증하였으며, 신뢰구간을 활용하여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였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기능에 대한 사용자 만족도를 분석하기 위해 카노 모델에 기반한 만족 계수(Satisfaction Index, SI) 및 불만족 계수(Dissatisfaction Index, DSI)를 산출하고, 각 기능의 품질 속성을 유형별로 분류하였다(Timko, 1993).
4. 분석 결과
본 연구는 두 개의 연구로 구성되며, 각각 다른 분석 방법을 적용하였다. 먼저 Study 1에서는 플랫폼 기능의 품질 속성을 분류하기 위해 카노(Kano)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어서 Study 2에서는 SmartPLS 4.0을 활용하여 구조방정식 모형(SEM)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측정 모형을 통해 각 변수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평가한 후 구조모형 분석을 통해 연구 가설을 검증하였다.
4.1 Study 1 : 카노(KANO) 분석 결과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10가지 핵심 기능에 대해 사용자 만족 및 불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비선형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Kano et al.(1984)이 제시한 방법론을 적용하였다. 각 기능에 대해 기능적 질문과 비기능적 질문을 제시하고, 응답 결과를 바탕으로 매력적(Attractive), 일원적(One-dimensional), 필수적(Must-be), 무관심(Indifferent) 등 네 가지 품질 요인으로 분류하였다.
카노 분류는 사용자가 특정 기능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기능적 질문(해당 기능이 제공될 경우 어떻게 느끼는가)과 역기능적 질문(해당 기능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느끼는가)을 쌍으로 제시한다. 응답자는 각 질문에 대해 '마음에 든다', '당연하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 '하는 수 없다', '마음에 안든다'의 5점 척도로 답변하며, 이 두 가지 응답의 조합을 카노 평가표에 따라 분석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각 기능은 최종적으로 매력적(A), 일원적(O), 필수적(M), 무관심(I) 품질 등으로 분류된다. 본 연구의 10가지 핵심 기능을 분류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Table 3에 제시된 분석 결과를 보면, 총 10개 기능 중 '가격 비교', 'AI 추천', '거래명세서 자동 생성', '제품 정보 상세 제공', '자동 발주 및 구매' 등 5개 기능이 매력적 품질(Attractive)로 분류되었다. 이는 해당 기능들이 사용자에게 기대 이상의 만족을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요소임을 의미한다.
반면, '결제일 지정', '실시간 상담 예약', '플랫폼 내 통합구매', '맞춤형 환경', '공급업체와 직접 소통' 등 나머지 5개 기능은 일원적 품질(One-dimensional)로 분류되었으며, 기능의 성능 수준이 사용자 만족도에 비례하여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해당 기능들이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사용자 만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성능 요소임을 나타낸다.
본 연구에서는 플랫폼 기능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Timko(1993)가 제안한 고객 만족 계수를 활용하였다. 이 방법은 카노 모델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기능이 충족되거나 불 충족되었을 때 사용자의 만족과 불만족에 각각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수치화하는 분석 기법이다. 각 기능에 대한 만족 지수(Satisfaction Index, SI)와 불만족 지수(Dissatisfaction Index, DSI)를 산출하였으며, 계산 공식은 다음과 같다(Timko, 1993).
여기서 각 항목은 설문 응답의 빈도를 의미하며, A는 매력적(Attractive), O는 일원적(One-dimensional), M은 필수적(Must-be), I는 무관심(Indifferent) 품질 요소를 나타낸다. 만족 지수(SI)는 해당 기능이 제공될 경우 만족도를 높일 잠재력을, 불만족 지수(DSI)는 해당 기능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불만족도를 높일 잠재력을 나타낸다. Table 4는 기능별 계산식과 계산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기능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산출하기 위해 만족 지수(SI)와 불만족 지수(DSI)를 함께 평가하였으며, 특히 플랫폼의 초기 도입과 확산 단계에서는 사용자 만족을 유의미하게 증대시키는 기능의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SI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배치하였다. 이는 매력적 품질 요소와 일원적 품질 요소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긍정적 효용이 플랫폼 전환 의사와 초기 수용을 강화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한다는 기존 연구의 논의를 반영한 것이다(Berger et al., 1993; Tontini, 2007).
분석 결과, ‘거래명세서 자동 생성’ 기능은 높은 만족 계수(0.700)를 나타내어 제공 시 사용자 효용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요소로 평가되었다. 반면 ‘결제일 지정’ 기능은 DSI 절댓값(-0.584)이 가장 크게 나타나 기능 부재에 따른 불만족 위험은 높지만, R&D 구매 과정에서 이미 기본 기능으로 인식되고 있어 플랫폼의 차별적 가치 또는 만족 증대에 기여하는 범위는 제한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해당 기능은 불만족 방지를 위한 기초적 안정성 요소로 관리될 필요가 있으며, 전략적 자원 배분 측면에서는 사용자 만족을 선제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4.2 Study 2 : 신뢰성 및 타당성 분석
Study 2에서는 구조방정식모형 분석에 앞서 측정 모형의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해 신뢰성, 집중 타당성, 판별 타당성을 검증하였다.
먼저, 측정 항목의 내적 일관성과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Cronbach's Alpha 계수와 합성 신뢰도(Composite Reliability, CR)를 산출하였다. 일반적으로 두 지표 모두 0.7 이상일 경우 신뢰성이 확보된 것으로 간주한다(Nunnally, 1978). Table 6의 결과에 따르면, 모든 변수의 Cronbach's Alpha와 CR 값이 기준치를 상회하여 각 구성 개념의 측정 항목들이 높은 신뢰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집중 타당성(Convergent Validity)을 검증하기 위해 평균 분산 추출(Average Variance Extracted, AVE)과 요인 적재량(Outer Loadings)을 평가하였다. AVE 값은 0.5 이상일 때 집중 타당성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하며(Fornell & Larcker, 1981), 요인 적재량은 일반적으로 0.7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분석 결과, 모든 변수의 AVE 값이 기준치인 0.5를 초과하였고, 각 측정 항목의 요인 적재량 역시 모두 0.7 이상으로 나타나 집중 타당성이 확보되었다.
마지막으로, 변수 간의 판별 타당성은 Fornell-Larcker 기준과 HTMT(Heterotrait-Monotrait Ratio) 지표를 활용하여 검증하였다. Table 7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각 변수의 AVE 제곱근 값이 해당 변수와 다른 변수 간의 상관계수보다 모두 높게 나타나 Fornell-Larcker 기준을 충족하였다(Fornell & Larcker, 1981).
또한 HTMT 비율 분석 결과 Table 8 모든 변수 간의 HTMT 값이 Henseler et al. (2015)가 제안한 기준치인 0.85 미만으로 나타나, 판별 타당성이 확보되었다.
4.3 Study2 : 가설검증
Study 2의 연구가설 검증은 SmartPLS 4.0을 활용하여 구조방정식모형(SEM)을 기반으로 수행되었으며, 경로계수의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기 위해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기법을 적용하였다. Table 9는 본 연구모형에 대한 가설 검증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분석 결과, 총 7개의 주요 가설 중 6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 채택되었다. 먼저, '플랫폼의 기술적 신뢰성'은 '기술적 효율성'에 유의한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β = 0.712, p < 0.001), H1은 채택되었다. 또한 '조직의 혁신 수용성'이 '외부 지원 및 교육'에 유의한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β = 0.768, p < 0.001), H2 역시 채택되었다.
종속변수인 '플랫폼 이용 의도'에 대한 영향 분석에서는, '기술적 효율성'(β = 0.460, p < 0.001)과 '외부지원 및 교육'(β = 0.197, p < 0.05) 모두 유의한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기술 수용 모형(TAM)에서 제시된 지각된 유용성과 지각된 용이성이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Davis, 1989)와 일치한다. 따라서 H4와 H5는 각각 채택되었다. 반면, '공급망 압력'이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p > 0.05), H3은 기각되었다.
매개 효과 분석 결과, 플랫폼의 기술적 신뢰성이 기술적 효율성을 매개로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간접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β = 0.329, p = 0.000). 또한 직접 효과(β = 0.252, p = 0.006) 역시 유의하게 유지되어, '기술적 효율성'이 '기술적 신뢰성'과 '플랫폼 이용 의도' 간의 관계를 부분적으로 매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H7 채택).
한편, 조직의 혁신 수용성이 외부 지원 및 교육을 매개로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경로 역시 유의한 간접효과(β = 0.151, p = 0.021)를 보였다. 직접 효과(β = 0.296, p = 0.003) 또한 유의하게 나타나, '외부 지원 및 교육'이 '혁신 수용성'과 '플랫폼 이용 의도' 간 관계를 부분 매개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H8 채택). 두 매개 경로 모두 부분 매개로 나타났으며, 이는 '기술적 효율성'과 '외부 지원 및 교육'이 각각 중요한 매개 역할을 수행함을 보여준다.
본격적인 다중집단분석에 앞서, 두 집단 간 측정 동일성이 확보되었는지 검증하기 위해 MICOM(Measurement Invariance of Composite Models) 절차를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모든 구성 개념에서 permutation p-value가 0.05 이상으로 나타나 완전한 측정 동일성이 확보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직업군(직장인 그룹 vs. 연구원 그룹)에 따른 조절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다중집단분석(Multi-Group Analysis, MGA)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Table 10과 같이‘기술적 효율성’이‘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에서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p = 0.038). 구체적으로, 직장인 그룹(β = 0.581)이 연구원 그룹(β = 0.145)보다 기술적 효율성을 플랫폼 이용 의도로 연결하는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실무 중심의 직무 환경에서 기술적 성능이 플랫폼 수용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H6-1은 채택되었다.
반면, ‘외부 지원 및 교육’과‘공급망 압력’이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H6-2와 H6-3은 각각 기각되었다. 이는 해당 경로에서는 직무 유형에 따른 인식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음을 의미하며, 조직적 지원과 외부 환경 요인은 직장인과 연구원 모두에게 유사한 수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 결론 및 향후 연구
5.1 결론
본 연구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통합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도입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플랫폼 기능에 대한 사용자 만족(Study 1)과 플랫폼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Study 2)을 각각 검증하는 두 단계의 연구를 설계하였다.
Study 1은 카노 모델을 적용하여 플랫폼 기능과 사용자 만족의 비선형적 관계를 분석하였다. 흥미롭게도 '필수적 품질(Must-be Quality)'로 분류된 기능은 없었으며, 10개 주요 기능이 모두 '일원적 품질' (5개) 또는 '매력적 품질' (5개)로 나타났다. 이는 Kano et al.(1984)의 이론에 비추어 볼 때, 본 연구의 대상인 R&D 구매 플랫폼이 사용자의 기본 기대를 충족시키는 단계를 넘어, 성능 향상이 만족으로 직결되거나(일원적) 기대하지 못한 부가 가치(매력적)를 통해 만족을 창출해야 하는 성숙 단계의 경쟁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Study 2에서는 제도이론, 혁신 확산 이론(DOI), 기술수용모형(TAM)을 통합한 연구모형을 실증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기술수용모형(TAM)의 핵심 논리대로 '기술적 효율성'(지각된 유용성)과 '외부 지원 및 교육'(지각된 용이성 확보 수단)이 플랫폼 이용 의도를 결정하는 핵심 선행 요인임이 재확인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제도이론의 핵심 변수인 '공급망 압력'이 플랫폼 이용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외부의 제도적 압력이 기술 채택을 유도한다는 DiMaggio & Powell (1983)의 일반적인 주장과는 상반되는 결과이다. 본 연구 결과는 R&D 분야의 전문 지식 근로자들이 외부의 강제적·모방적 압력보다는, 기술의 실질적 효용성과 조직 내부의 지원 여부를 더 중요한 수용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매개 효과 분석을 통해, '기술적 신뢰성'(DOI의 기술 속성)이 '기술적 효율성'(TAM의 유용성)을 거쳐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고, '조직의 혁신 수용성'(조직 특성)이 '외부 지원 및 교육'(TAM의 용이성)을 통해 이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핵심 경로가 확인되었다. 이는 기술 수용 과정이 단순한 직접 효과가 아니라, 신뢰와 혁신이라는 조직·기술적 기반이 효율성과 교육이라는 개인적 인지 요인을 통해 강화되는 복합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함을 보여준다.
직업군별 다중집단 비교 분석에서는 '기술적 효율성'이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원 그룹보다 직장인 그룹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동일한 플랫폼 기능이라도 사용자의 직무 특성에 따라 그 효용성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R&D 분야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성공적인 도입과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적 효율성, 외부지원 및 교육과 같은 핵심 요인과 사용자의 기능 만족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기술적 신뢰성과 조직의 혁신 수용성을 기반으로 한 효율성 및 지원 체계 강화가 플랫폼 확산의 핵심 동력임을 보여준다.
5.2 연구의 기여
먼저 본 연구의 학문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제도이론, 혁신확산이론(DOI), 기술 수용 모형(TAM), 카노 모델을 통합하여 기술 도입과 확산 현상을 분석하였다. 이는 카노 모델을 Servicescape 및 SERVQUAL과 통합하여 만족/불만족 요인을 분석한 최근의 연구(Kim et al. 2024)와 같이, 카노 모델의 비선형적 관점을 다른 경영 이론과 통합하여 서비스 품질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려는 최신 연구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단일 이론에 기반하여 개인 수준의 심리적 요인을 중심으로 분석해온 것과 달리(Venkatesh et al., 2003; Davis, 1989), 본 연구는 개인이 인식하는 환경적·기술적·조직적 요인과 개인의 인지, 사용자 만족의 비선형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였다.
특히 본 연구가 R&D 분야의 핵심 조직 변수로 검증한 '조직의 혁신 수용성'은, 최근 Park et al.(2024)이 실증적으로 분류한 기업의 핵심 '혁신 이니셔티브' 유형 중 '디지털 기술 역량'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본 연구가 다루는 '디지털 플랫폼 이용 의도'가 현대적 혁신 관리의 핵심 주제임을 재확인시켜 준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매개 효과 분석을 통해 '기술적 신뢰성→기술적 효율성→이용 의도'와 '혁신 수용성→외부지원 및 교육→이용 의도'의 경로가 모두 부분 매개로 확인되어, 기술 수용이 효율성과 지원체계라는 매개 구조를 통해 강화됨을 보여주었다. 이는 TAM의 핵심 요인인 지각된 유용성과 사용 용이성이 실제로 어떤 중간 변인을 거쳐 형성되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를 확장한 결과이다.
둘째, B2B 연구개발 플랫폼이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주요 이론들의 실증적 유효성을 검증하였다. 일반적인 B2C 전자상거래나 범용 정보시스템 환경과 달리, 조직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개인의 고도화된 전문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R&D 구매 환경에서 기술 수용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기존 이론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였다. 특히 R&D 기반의 B2B 환경에서는 외부 제도적 압력보다 기술 효율성과 조직 지원에 대한 개인의 인식이 이용 의도의 주요 결정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셋째, R&D라는 전문 지식 근로자 집단에서 제도이론의 경계 조건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 '공급망 압력'이 이용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결과(H3 기각)는, 단순한 가설 기각이 아니라 R&D 환경의 특수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핵심적인 발견이다. 즉, R&D 분야의 전문가는 일반적인 조직 구성원과 달리, 외부에서 작용하는 강제적 압력과 모방적 압력(DiMaggio & Powell, 1983)보다 기술 자체가 제공하는 실질적 효용(기술적 효율성)과 과업 적합성을 기술 수용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함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기술 수용 연구에서 제도이론을 적용할 때, 사용자 집단의 전문성 수준이 제도적 압력의 효과를 조절하는 중요한 변수임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실무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플랫폼 개발 및 운영사를 위한 데이터 기반의 기능 개발 로드맵이다. Study1 의 카노 분석 결과는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먼저 1단계(경쟁력 확보)로서 일원적 품질의 지속적 개선이 필요하다. '결제일 지정', '실시간 상담 예약' 등은 성능이 향상될수록 만족도가 비례하여 증가하는 기능으로,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속적인 R&D를 통해 성능을 개선하고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2단계(시장 차별화)로서 매력적 품질의 전략적 발굴이 필요하다. 'AI 추천', '거래명세서 자동 제공'과 같은 매력적 기능은 사용자의 잠재 니즈를 충족시켜 시장 차별화와 고객 록인(Lock-in)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Study 2의 매개 효과 분석 결과, 플랫폼의 기술적 신뢰성이 기술적 효율성을 매개로 이용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H7). 이는 안정적인 시스템 제공을 넘어,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성능 경험을 체감하도록 기술적 효율성을 지속 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발·운영사는 신뢰성과 효율성이 순환적으로 강화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하며, 특히 장애 대응 속도, 데이터 처리 안정성,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일관성 등 품질 지표를 관리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 도입을 고려하는 연구기관 및 기업의 성공적인 내부 확산 전략이다. 본 연구는 외부 압력에 의존하는 하향식(Top-down) 도입 방식의 한계를 확인하였으며(H3 기각), 구성원 수용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가치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플랫폼의 기술적 효율성이 구성원의 업무 시간을 어떻게 단축하고 구매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지 데이터와 사례로 소통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람 중심의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플랫폼에 쉽게 적응하고 그 가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 헬프데스크 등 지원 시스템(외부 지원 및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 매개 효과 분석에서 조직의 혁신 수용성이 외부 지원 및 교육을 매개로 이용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H8). 이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구성원이 학습하고 적응하는 환경 조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관은 새로운 플랫폼 도입 시 혁신에 대한 구성원의 태도 변화와 역량 향상을 동시에 유도하는 지속적 교육–피드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용자 집단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설득 전략이다. 본 연구의 다중집단분석 결과, 기술적 효율성이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이 직장인 그룹에서 연구원 그룹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두 집단이 플랫폼을 수용하는 핵심 동인이 다르다는 점이며,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직장인 그룹(구매 및 행정 실무자)의 경우 효율성을 직접적으로 소구해야 한다. 기술적 효율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이들에게는 업무 시간 단축, 프로세스 간소화, 비용 절감 등 플랫폼의 핵심 성능과 효율성을 직접적으로 강조하는 마케팅 및 도입 전략이 효과적이다. 연구원 그룹(최종 사용자)의 경우 연구 지원 가치를 중심으로 소구해야 한다. 단순한 효율성만으로는 수용도를 높이기 어려우므로, 다양한 공급사 접근을 통한 연구 자재 탐색 시간 단축, 구매 데이터 관리를 통한 연구비 정산의 용이성, 신기술 정보 접근성 등 플랫폼이 연구 활동을 어떻게 더 편리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지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본 연구의 매개효과 결과는 기술적 신뢰성과 효율성을 거쳐 이용 의도에 이르는 경로와, 혁신 수용성과 지원 및 교육을 거쳐 이용 의도에 이르는 두 핵심 경로가 강화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전자는 기술적 품질 관리와 사용자 경험(UX) 혁신을 통해, 후자는 조직문화와 인적 자원개발(HRD)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될 수 있으며,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플랫폼 도입과 확산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
5.3 연구의 한계 및 향후 연구
본 연구는 디지털 구매 플랫폼의 도입과 확산 메커니즘을 분석하여 이론적 시사점과 실무적 시사점을 제시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하며 이에 대한 보완 방향을 향후 연구에서 제안한다.
첫째, 본 연구는 특정 시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횡단적 연구(cross-sectional study)로 수행되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용자 인식의 변화나 플랫폼 사용 행동의 진화 과정을 포착하지 못했다. 기술 수용은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학습과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동태적 과정이므로(Venkatesh et al., 2003), 향후 연구에서는 플랫폼 도입 이전, 초기 사용, 안정화 단계 등 다양한 시점을 포함한 종단적 연구(longitudinal study)를 통해 기술 수용의 시간적 변화를 추적하고, 각 요인의 영향력 변화를 분석해야 한다.
둘째, 본 연구는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주관적 인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수행하였기 때문에, 실제 행동과의 잠재적 괴리가 존재할 수 있으며 동일 방법 편의(Common Method Bias)의 가능성도 있다(Podsakoff et al., 2003). 비록 통계적 검증을 통해 그 위험이 크지 않음을 확인하였으나, 향후 연구에서는 실제 플랫폼 사용 로그(log data), 구매 전환율, 작업 완료 시간 등과 같은 객관적 행동 데이터를 설문 응답과 결합하여 분석함으로써 연구 결과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본 연구 모형은 기술 채택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나, 플랫폼 도입 및 이용이라는 복합적인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모든 잠재 변수를 포괄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조직의 혁신 문화, 구성원 간 신뢰, 개인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등 다양한 조직적·개인적 요인이 플랫폼 수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기꺼이 시도하려는 개인의 혁신 성향은 중요한 변수로 알려져 있다(Agarwal & Prasad, 1998).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추가적인 변수들을 포함하여 연구모형을 확장함으로써, 플랫폼 도입 및 활용 과정에 대한 보다 포괄적이고 정교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본 연구는 제도이론의 복합적인 개념을 '공급망 압력'이라는 단일 차원으로 측정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DiMaggio와 Powell(1983)이 제시한 제도적 동형화는 강압적, 모방적, 규범적 요인으로 구성되나, 본 연구에서는 이를 포괄하는 단일 변수를 사용하였다. '공급망 압력'이 기각된 본 연구의 결과를 고려할 때, R&D 환경에서는 강압적/모방적 압력은 약하더라도, 전문가 집단의 '규범적 압력'(예: 동료 연구자 집단의 표준)은 오히려 이용 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안적 해석이 가능하다. 향후 연구에서는 제도적 압력을 다차원적으로 세분화하여 측정하고, 각 압력 유형이 플랫폼 이용 의도에 미치는 차별적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다섯째, 본 연구의 매개 효과 분석 에서는 '기술적 신뢰성→기술적 효율성→이용 의도'와 '혁신 수용성→외부지원 및 교육→이용 의도'의 경로가 부분 매개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매개 구조는 산업 유형, 조직 문화, 기술 복잡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매개효과의 강도와 형태가 시간적·맥락적 조건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플랫폼 도입 초기에는 신뢰성이 효율성을 통해 이용 의도로 이어지는 경로가 강하게 작동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사용자 경험 축적에 따라 직접 효과가 강화되거나 매개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 또한 혁신 수용성과 교육 지원 간의 매개 경로 역시 조직의 규모나 학습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매개 메커니즘의 동태적 변화와 조절 요인을 함께 고려한 모형 확장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은 기술, 조직, 개인 간에 형성되는 복합적 상호작용 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설명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여섯째, 다중집단분석(MGA)에 사용된 집단 간 표본 크기에 불균형이 존재한다. 본 연구는 H6 검증을 위해 '직장인 그룹'(n=142)과 '연구원 그룹'(n=46)을 비교하였으나, 두 집단 간의 표본 수가 약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PLS-SEM이 소 표본 분석에 강점이 있다고는 하나, 이처럼 표본 크기의 불균형이 클 경우 소규모 집단(연구원 그룹)의 응답 특성이 통계적으로 안정되게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다중집단분석 결과의 신뢰성과 일반화에 한계를 야기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R&D 분야의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보다 균형 잡힌 표본을 확보하여, 직무 특성에 따른 인식 차이를 더욱 견고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Study 1의 카노(KANO) 분석 결과에서 '필수적 품질(Must-be Quality)' 요인이 도출되지 않은 점에 대한 심층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10가지 핵심 기능은 모두 '매력적 품질(A)' 또는 '일원적 품질(O)'로 분류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본 연구의 응답자인 R&D 분야 전문 지식 근로자들은 이미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기대 수준이 매우 높아, 본 설문에서 제시한 10가지 기능들을 '당연한' 필수 요소가 아닌, '부가 가치' 또는 '성능 향상'의 차원에서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Study 2에서 외부 압력(H3)보다 기술의 실질적 효용(H4)을 중시한 결과 와도 맥을 같이하며, 이들 집단 에게는 플랫폼의 기본적인 구동 자체가 '당연한 품질'로 전제되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이는 본 연구의 설문 설계에 기인한 방법론적 한계일 수 있다. 본 연구는 R&D 구매 플랫폼의 10대 '핵심 기능'(예: 'AI 추천', '가격 비교')을 중심으로 품질 속성을 평가하였으나, '로그인 안정성', '결제 보안성', '데이터 처리 속도' 등 사용자가 당연시하는 보다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품질 요인들은 설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만약 이러한 기본적인 요인들이 설문에 포함되었다면, 이들이 '필수적 품질'로 분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Study 1의 결과는, 본 연구에서 다룬 10개의 기능이 '불만족을 막는' 기본 기능이라기보다는 '만족을 창출하는' 부가 가치 및 성능 기능에 해당함을 보여준다. 이는 연구의 한계점으로,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근본적인 필수 품질 요인을 함께 측정하여, 플랫폼의 전체 품질 속성을 포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