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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Korean Society for Quality Management > Volume 44(1); 2016 > Article
품(品)과 질(質)의 연원(淵源)을 통해 살펴본 현대품질경영의 의미

Abstract

Purpose:

In order to use a word as academic terminology, we must first take a look at the meaning of that word as it is commonly used and then consider whether or not the connotation of that word is suitable to be used as academic terminology.
Presently, the word Pumjil(品質) is being used as academic terminology occupying an important position in the field of business administration in Korea and is usually translated into English as `quality'. The same is true in Japan.
However, as is the case with many Korean words, the meaning that the word implies has a tendency to change gradually over time. This tendency can account for the changes or additions to the meaning a word connotes.

Methods:

This dissertation aims to escape from such biased ideas and study the meaning of ‘Pum-Jil品質’ from the view of humanities and exegetics. Then the natural definition of the word as far as business administration is concerned can be considered.

Results:

‘Pum-Jil品質’ has been used amid changes in modern times(historic texts in both Korea and China. In Korea particularly, the word was used in the royal court until comparatively modern times.), and now it is also widely used in the field of business administration. In this process of change, a notable point is that ‘Pum-Jil品質’, which was originally used to mean ‘nature or character of a man’, took on a new meaning, ‘a certain quality of a thing or a good’.

Conclusion:

‘Pum-Jil品質’ should require basic functional ‘quality’ of goods or services as a prerequisite. And the functional quality should meet consumers’ needs, as the pledge (trust; 信賴) for quality is between suppliers and consumers. Without consumer’s trust for goods, the relationship between suppliers and consumers cannot be maintained.
So goods must exchange with trust, not expenses. In conclusion, we believe it is reasonable to understand ‘Pum-Jil品質’ based on the meaning of ‘evidence or similar rating for pledge (trust)’ from the view of humanities and exegetics. In conclusion, we believe it is reasonable to understand ‘Pum-Jil品質’ based on the meaning of ‘evidence or similar rating for pledge (trust)’ from the view of humanities and exegetics.

1. 서 론

품질(品質, Quality)이라는 단어는 이미 기업 활동에서뿐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기업에서는 품질관리(品質管理, Quality Control)는 제품, 서비스의 수준과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지 오래이며, 생활 속에서는 소비자로서 좋은 품질의 제품, 서비스를 이용하는 측면 뿐 아니라, 생활품질, 교육품질 등의 단어를 통해 일반적인 삶 속에도 파고들어와 있다.
이렇게 널리 쓰이는 품질(品質)이라는 단어에 대해 경영학에서는 과거로부터 여러 가지 정의를 내려왔다. 그리고 그 각각의 정의들은 당시의 문제의식을 충실히 반영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품질 정의들은 경영학의 입장에서 경영학의 영역인 고객-상품-생산자 사이에서 어떤 효용성을 추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충실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시각적 고착에서 벗어나 먼저 인문학적(人文學的), 훈고학적(訓詁學的) 입장에서 ‘품질’의 의미에 대하여 확인한 후, 이를 토대로 경영학에서의 함의를 재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여 품질의 본연적 의미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에 대하여 ‘경영학적 용어를 인문학적 토대에서 검토하는 작업이 유의미한가?’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본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필요성을 주장하고자 한다.
그 동안 ‘품질’이라는 어휘는 경영학에서의 중요 용어로서 통용되어 왔지만, 본 저자들은 그 이전에 이미 일상 언어의 어휘로서 수 천년에 걸친 기간 동안 사용되어 왔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이는 품질이라는 단어에 대해 경영학 용어로서의 사용보다 언어로서의 사용이 선행되어왔다는 점을 인식해야만 함을 의미한다. 즉, 경영학 용어로서의 ‘품질’도 역사적 언어 변화의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휘의 어원(語原)이나 본의(本義, original meaning)2)가 그대로 현재 상황에 적용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의미들 중 일부는 오히려 언어학적으로 폐기되어 현재 적용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품질’의 어원과 그 의미 변화에 대하여 추적함과 동시에 품질이라는 단어의 본질에 대한 적절한 추상화를 가함으로써, 경영학 용어로서의 ‘품질’이 보다 넓고 깊은 호흡으로 현상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단어적으로 볼 때, ‘품질(品質)’은 ‘품(品)’과 ‘질(質)’이란 형태소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어휘이다. 본 논문에서는 형태소 각각의 의미에 대하여 연원적 고찰을 한 후, ‘품질’로 결합되어서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어 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2. 품(品)과 질(質)에 대한 연원적 접근

2.1 품(品)

품(品)에 대하여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3)에는 품질(品質), 품격, 상품(上品), 직품(職品) 등의 의미 항목을 제시한다. 이에 비해 한자사전에서의 의미 항목은 등급, 종류 등이 추가 되어 10개에 이른다.4) 시야를 조금 넓혀 동아시아의 사전을 살펴보면 일본의 「광사원(廣辭苑)」 사전은 9가지의 의미 항목을 수록하며, 중국의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은 16가지의 의미항목을 수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의미항목을 수록한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에서 ‘品’의 정의를 살펴보면 <Table 2.1>과 같다.
Table 2.1
漢語大詞典의 ‘品’
1. 많다. 9. 평가. 비교.
2. 사물의 종류. 10. 악기를 연주함.
3. 물품, 물건. 11. 맛보다.
4. 등급. 12. 불경의 편장.
5. 중국 봉건사회에서의 관리의 등급. 13. 서로 같다.
6. 품성, 품격. 14. 비파, 월금 등 현악기의 현을 받치는 침목.
7. 표준. 15. 三의 은어.
8. 일정한 표준·등급의 안배 16. 성씨.
이 정의를 통해 볼 때, ‘품(品)’은 고대로부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의미가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 글자의 본의(本義)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저 후한(後漢) 화제(和帝) 영원(永元) 12년, 즉, 서기 100년에 완성된 중국 최초의 한자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品 : jksqm-44-1-61a1.gif. 眾庶也. 从三口. 凡品之屬皆从品.

  • [품은 많다는 뜻이다. 세 개의 口로 구성되었다. 品부에 속하는 한자는 모두 品의 의미를 따른다.] 5)

허신(許愼)은 ‘품(品)’ 여러 의미 가운데에서도 ‘많다’라는 의미를 취하여 설명하고 있다. 청대(淸代)의 학자인 단옥재(段玉裁)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석하였다.
  • 人三爲眾, 故從三口. 會意.

  • [사람이 셋이면 ‘많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口’로 구성되었다. 회의자이다.]

단옥재는 ‘중(衆)6)’은 세 명의 사람[众]이 태양 아래 모여 있기에 ‘많다’라는 뜻이 되는데, 품(品) 또한 이러한 논리를 차용하여 사람의 입[口]이 세 개 모여 있으니 ‘많다’라는 뜻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청대(淸代)까지 ‘품(品)’자의 뜻을 설명한 가장 대표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품(品)’의 의미인 ‘물건’은 물론, 선진시대로부터 사용되어 왔던 ‘분별’·‘등급’ 및 「한어대사전」의 많은 의미를 포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것은 ‘품(品)’의 뜻이 「설문해자」가 나온 후한대 이후에 변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본 저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고문자(古文字) 특히 갑골문(甲骨文)에서의 용례가 발견되고 있다.
갑골문에는 ‘품(品)’은 약 5회 사용되고 있는데, 그 의미는 대체로 명확하지 않다. 이는 용례가 많지 않다는 점과, 갑골이 파편화 되어 있어서 문맥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갑골문 연구자들은 이에 대하여 대체로 ‘품(品)’을 제사 이름으로 추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이것이 어떤 제사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7)
그 가운데 비교적 명료한 용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乙未酒系品上甲十, 報乙三, 報丙三, 報丁三, 示壬三, 示癸三, 大乙十, 大丁十, 大甲十, 大庚七, 小甲三, 大戊 十, 中丁十, 戔甲三, 祖乙十, 羌甲三.

  • [을미일에 상갑에게 10점의 제수품을 올려 酒祭·系祭를 지내고, 제수품 3점으로 보을에게, 3점으로 보병에게, 3점으로 시임에게, 3점으로 시계에게, 10점으로 대을에게, 10점으로 대정에게, 10점으로 대갑에게, 7점으로 대경에게, 3점으로 소갑에게, 10점으로 대무에게, 10점으로 중정에게 10점, 3점으로 전갑에게, 10점으로 조을에게, 3점으로 강갑에게 酒祭·系祭를 지낸다.]8)

양동숙에 의하면 여기에서 ‘품(品)’은 제수품의 종류를 뜻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문맥상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 밖의 갑골문 용례에서의 ‘품(品)’을 모두 이 의미로 모두 파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음으로 금문(金文)에서의 용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금문에서의 용례는 갑골문에서의 용례에 비해 구체적이다.
  • 乙卯王令(命)保及殷東或. 五侯jksqm-44-1-61a7.gif兄(貺)六品.

  • [을묘일, 왕이 보(保)에게 은(殷)의 동쪽 지역으로 가라고 명하였다. 오의 제후 탄은 保에게 여섯 가지 물품을 바쳤다.]9)

  • 隹(唯)三月, 王令(命)jksqm-44-1-61a8.gif(榮)jksqm-44-1-61a9.gif(曁)內史曰, ……易(賜)臣三品:州人·重人·jksqm-44-1-61a10.gif(鄘)人.

  • [3월에 왕이 榮과 內史에게 명령하여 말하였다.……세 부류의 노예, 州人·重人·鄘人을 하사하노라.”]10)

위의 용례를 비롯하여 금문에서의 ‘품(品)’은 여려 용례에서 물건이나 사람을 세는 수량사(數量詞)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금문·갑골문의 용례는 허신(許愼)이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제시한 의미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현상에 시라카와 시즈카는 “기존 「설문해자(說文解字)」에 근거한 학자들은 사람의 입(口)이라는 견해에 따라 해석하기 위하여 자형을 잘못 해석한 것이 매우 많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11), 타당한 논평으로 판단되다.
시라카와 시즈카의 의견에 따르면, ‘구(口)’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규명하는 것이 ‘품(品)’을 해석하기 위한 관건이 된다. 이에 대하여 여러 논의가 있어왔는데, 천팡푸(陳邦福)가 「진수당은허문자(戩壽堂殷墟文字)」에 수록된 ‘jksqm-44-1-61a2.gif’이 ‘品’자이며, 제사에 사용되는 그릇이라는 견해를 표명한 이래,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견해에 따르고 있다.12) 쉬중슈(徐中舒)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갑골문에서 구성되는 jksqm-44-1-61a3.gif형태의 편방은 여러 의미를 가지는데, 品자에서 구성된 jksqm-44-1-61a3.gif는 그릇(즉, 제기)을 나타낸다. 세 개의 jksqm-44-1-61a3.gif으로 구성된 것은 여러 종류의 제물을 그릇 안에 담아서 신에게 바치는 모습을 상형한 것이기 때문에 많다는 뜻이 된다.

  • 은상대(殷商代)의 제사는 직계조상과 방계조상 사이에 차이가 있으며, 바치는 제물에도 등급이 있기 때문에 후대에 품(品)자는 등급이라는 의미로 파생되었다.13)

즉, ‘품(品)’은 고대에 제사를 지낼 때 여러 가지의 제기가 모여 있는 모습을 상형한 글자이기에 먼저 ‘여러 종류의 물건’라는 뜻을 가진다. 여기에서 나아가 제사의 등급에 따라 제기의 진설도 차이를 보였기에 ‘등급’의 뜻을 가지게 되며, ‘등급’의 배분에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였기에 ‘표준’이라는 의미로까지 확장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제 다시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을 다시 살펴보면 16가지의 의미항목 중 1~9까지의 의미는 이상의 논리를 통하여 설명됨을 확인할 수 있다. 나머지 7개의 의미항목은 어느 쪽으로든 의미에 일관성을 찾을 수 없기에 이후 의미가 파생(派生)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의 의미항목을 본의(本義)에 입각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Table 2.2
本義에 의거한 ‘品’ 의미항목의 분류.
1. 여러 종류의 물건
(『한어대사전』의 1. 2. 3. 항목에 해당14))
2. 물건의 등급, 품격
(4. 5. 6. 항목에 해당)
2-1 등급을 나누기 위한 평가, 혹은 그 기준
(7. 8. 9. 항목에 해당)
3. 기타: (10. ~ 16. 에 해당)

2.2 질(質)

‘질(質)’에 대하여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사물의 속성·가치·유용성·등급 따위의 총체, 사람의 됨됨이를 이루는 근본 바탕 등의 의미 항목을 제시하고, 한자사전은 바탕, 본질(本質), 품질(品質), 성질(性質), 저당물(抵當物) 등 13가지의 의미항목을 제시하며, 「광사원(廣辭苑)」은 3가지의 의미항목을 제시하는데 그친다. 이에 비해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은 ‘물건으로 저당을 잡다’를 필두로 33가지에 달하는 의미항목을 제시한다. 먼저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에서 제시하는 질(質)의 의미항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Table 2.3
漢語大詞典 ‘質’ 意味
1. 물건으로 저당을 잡거나 인질로 담보함. 17. 평가하다.
2. 압류품이나 보증인을 남김. 18. 상당하다, 대등하다.
3. 재질, 물질 19. 맞수, 대상
4. 형체, 외모 20. 화살의 과녁의 통칭
5. 바닥, 기초 21. 目標의 통칭
6. 주체 22. 활의 줌통.
7. 성질, 본질 23. 별의 명칭
8. 소질, 품성 24. 저울질하다.
9. 품질 25. 말래이시아어馬來語 sělat의 가차자. 해협.
10. 순박함 26. 고대 수학에서 입방체를 지칭함.
11. 간략함 27. 화학.
12. 진실함 29. 고대의 형벌 도구.
13. 맹새 30. 모루 위에 갈아 둠.
14. 고대의 무역 계약서의 일종 31. 다듬잇돌.
15. 검증 32. “예물[贄]”의 가차자.
16. 물어보다, 질정하다. 33. 성씨.
한편,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에 실린 다양한 의미항목을 일관된 논리로 풀기 위하여 앞서 ‘품(品)’에서와 같이 갑골·금문에서의 용례와 자형에 입각한 분석을 동일하게 시도하고자 한다.15) 먼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수록된 ‘질(質)’에 대하여 확인해 보자.
  • 質 : jksqm-44-1-61a6.gif. 以物相贅. 从貝从斦. 闕.

  • [물건으로 저당을 잡는 것이다. 패(貝)·은(斦)으로 구성된다. 그 조자원리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았다.]

「설문해자」는 ‘질’의 의미가 ‘물건으로 저당을 잡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을 현재 ‘질(質)’의 의미로 널리 쓰이는 바탕, 품질 등의 의미와는 연관 짓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하여 단옥재(段玉裁)는 다음과 같이 주석하고 있다.
  • 質·贅雙聲. 以物相贅, 如春秋交質子, 是也. 引伸其義爲樸也, 地也.……闕者,闕從斦之說也.

  • [질(質)과 췌(贅)는 성부(聲部)16)가 같은 글자이다. “물건으로 저당을 잡는다”라는 말의 예시로 춘추시대 의 인질 교환을 들 수 있다. 여기에서 박(樸, 질박), 지(地, 바탕)이란 의미가 파생되었다. ‘궐(闕)’이라고 한 것은 은(斦)이 구성된 이유에 대해서 기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17)

단옥재 역시 허신의 견해에 동의하여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즉,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보이는 ‘질(質)’의 많 은 용례는 단옥재가 지적하는 것과 같이 인질을 보내다, 인질을 교환하다란 의미로 쓰였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의미를 바탕으로 박(樸, 질박), 지(地, 바탕)이란 의미가 파생되었다고 하지만, 명확한 설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질(質)’은 고문자 단계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글자로 그 뜻을 확정하는데 많은 난점이 있으며, 허신과 단옥재 모두 이 글자의 구성 원리에 대하여 명쾌히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질(質)’의 뜻에 대해 학계에서는 몇몇 견해들이 제시하여 왔는데18), 그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 학자는 시라카와 시즈카(白川靜)라고 판단된다. 시라카와는 ‘질(質)’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은(斦)과 패(貝)로 구성되었다. 패(貝)는 본래 제기로 쓰는 솥[鼎]의 형태이다. 솥에 손도끼[斤] 두 개를 가지고 글자를 새기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계약·맹서의 말 등을 솥에 새기는데, 그것을 질제(質劑)19)라고 부른다.……

  • 패(貝)는 종(鼎)이 생략된 자형으로 재물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칙(則)자도 솥에 글자를 새긴다는 의미로, 본래 맹약(盟約)이라는 뜻이다.……

  • 질(質)은 뜻이 매우 많은 글자로 「경적찬고(經籍纂詁)」에 열거된 의미는 50개를 넘어서지만, 질제(質劑)가 본의이며, 다른 것은 파생 혹은 가차된 의미이다.

여기서 시라카와 시즈카가 전개한 논지의 핵심은 패(貝)와 정(鼎)은 글자모양[字形]이 유사하기 때문에 의미 요소[意部]로서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고문자학의 입장에서 상정할 수 있는 합당한 가정이다. 그러므로 그의 논리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하면, ‘질(質)’의 본의는 약속이나 맹약의 증거물이며, 여기에서 자연스레 ‘신뢰’라는 의미가 도출된다.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에는 ‘질(質)’에 ‘신뢰’라는 의미를 바탕으로 하는 의미항목을 수록하지 않고 있지만, 다음의 「좌전(左傳)」의 예문은 ‘질(質)’에 ‘믿음’·‘신뢰’·‘신의’라는 의미로 사용된 바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 「左傳」「昭公20년」 : 冬十月, 公殺華·向之質而攻之.……使少司寇牼以歸, 曰, “子之齒長矣, 不能事人. 以三公子爲質, 必免.”

  • [겨울 10월, 송원공(宋元公)은 화씨(華氏)와 향씨(向氏)의 인질을 죽이고, 그들을 공격하였다.……소사구(少司寇) 화경(華牼)에게 돌아가라고 하며 말하였다. 그대는 나이가 많아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인질로 잡았던 세 명의 공자들을 데리고 돌아가 송원공(宋元公)에게 신뢰을 준다면 반드시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문장에서 ‘질(質)’은 두 번 사용되었는데,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인질’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두 번째에서는 ‘인질’이란 의미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즉, 자신들이 인질로 잡았던 송(宋)의 세 공자들을 송원공(宋元公)에게 돌려주며 투항하라고 권유하는 맥락에서 사용되었으며, 여기에서의 의미에 대해 두예(杜預) 주(注)는 “질(質)은 신뢰라는 뜻이다.[質, 信也.]”라고 명기하고 있다.
아울러 다음의 예문에서도 역시 ‘質’이 신뢰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 「左傳」「昭公16년」 : 楚子聞蠻氏之亂也與蠻子之無質也, 使然丹誘戎蠻子嘉殺之, 遂取蠻氏.

  • [초자(楚子)는 만씨(蠻氏)에 내란이 일어났는데, 그들 만씨(蠻氏)에게는 신의가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연단(然丹)에게 융만자(戎蠻子) 가(嘉)를 유인해 죽이도록 하고, 만씨(蠻氏)의 영토를 합병하였다.]

  • 「國語」「晉語四」 : 晉·鄭兄弟也. 吾先君武公與晉文侯戮力一心, 股肱周室, 夾輔平王. 平王勞而德之, 而賜之 盟質, 曰, “世相起也.”

  • [진(晉)과 정(鄭)은 형제와 같은 사이입니다. 우리의 선조 무공과 진문공은 온 힘을 다해 한마음으로 팔과 다리처럼 주왕실을 섬기고 평왕을 보필하였습니다. 평왕께서는 이를 치하하시고 신뢰의 증표를 내려주시며 “대대로 서로를 도우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상의 예문을 통하여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에는 ‘질(質)’에 ‘신뢰’라는 의미가 수록되지 않았지만, 이는 명백한 오류로, 마땅히 주요한 의미로서 포함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미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질(質)’에는 다양한 의미항목이 내포되어 있는데, 그 ‘바탕’·‘본질’과 같은 의미 항목은 매우 주요하게 쓰인다. 이러한 용례를 추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 ⓐ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

  • [공자가 말하였다. “바탕이 꾸밈보다 앞서면 촌스럽고, 꾸밈이 바탕보다 앞서 이기면 호화스럽다. 꾸밈과 바탕이 어울린 후에야 군자이니라.]20)

  • ⓑ 棘子成曰, “君子質而已矣, 何以文爲?” 子貢曰, “惜乎! ‘子之說君子也! 駟不及舌. 文猶質也, 質猶文也. 虎·豹之鞹, 猶犬·羊之鞹.”

  • [극자성이 말하였다. “군자가 본바탕에 힘쓰면 그 뿐이지 어째서 꾸며서 무엇하겠는가?” 자공이 말하였다. “안타깝습니다, 그대가 군자에 대하여 논함이! 네 필의 말로도 혀에서 나온 말을 따라갈 수 없는 법입니다. 꾸밈은 바탕과 같고, 바탕은 꾸밈과 같습니다. 호랑이와 표범일지라도 가죽은 개나 양과 같습니다.]21)

  • ⓒ 子張問, “士何如斯可謂之達矣?” …… “質直而好義, 察言而觀色, 慮以下人.22)

  • [자장이 물었다. “선비가 어떠하면 통달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까?” …… “곧음을 바탕으로 삼고 의로움을 좋아하며, 타인의 말과 안색을 잘 살피고, 치밀하게 생각하고 겸손하라.]23)

  • ⓓ 子曰, “君子義以爲質, 5以行之, 孫以出之, 信以成之, 君子哉!”

  • [공자가 말하였다. “군자는 의로움으로 바탕을 삼고, 예의로써 행동하며, 겸손으로써 표현하고, 믿음으로써 완성되니, 이것이 군자이다!]24)

  • ⓔ 易之爲書也, 原始要終, 以爲質也.

  • [주역이라는 책은 만사의 처음과 마지막을 탐구하는 것을 본질(본바탕)로 삼는다.]25)

  • ⓕ 周霄問曰, “古之君子仕乎?󰡓孟子曰, “仕. 傳曰, ‘孔子三月無君, 則皇皇如也, 出疆必載質.’”

  • [주소가 물었다. “옛 군자는 벼슬을 하였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벼슬하였다. ‘공자는 삼 개월 동안 섬길 군주가 없으면 황망해 하시며, 다른 나라로 갈 때에는 반드시 (그 나라의 군주를 만나보기 위한)예물을 준비하셨다.’라는 말이 전해진다.”]26)

ⓐ·ⓑ의 문장에서 질(質)은 ‘본바탕’·‘바탕’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에서는 본질, ⓓ에서는 ‘예물’이란 의미 로 사용되었다. 일단 ⓓ에 「한어대사전」의 언급과 같이 발음이 같기 때문에 바꾸어 쓸 수 있는 통가 관계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27) ⓐ·ⓑ에서의 의미는 ‘바탕’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와 ⓑ의 문장은 모두 ‘질(質)’과 ‘문(文)’을 대비하여 서술하는데, ⓑ의 서술이 보다 분명한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 이 문장에서 ‘문(文)’은 각종 짐승의 무늬를 뜻하며, ‘질(質)’은 그 무늬가 그려진 ‘공간적·물리적 바탕’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를 비롯한 ⓒ·ⓓ의 용례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바탕·기초’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즉 ‘공간적·물리적 바탕’에서 사물이나 사람의 ‘본바탕’·‘기초’·‘품질’·‘품성’ 등등의 의미로 파생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질(質)’에 ‘바탕’이라는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것인가? 이는 아마도 계약이나 맹세의 말을 기록· 주조하기 위해서는 정(鼎), 혹은 그에 준하는 서사 매체가 있어야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질(質)’이 도구로 기물에 맹세나 계약의 말을 새기는 행위를 상형한 글자이기 때문에, 그 물리적인 공간인 ‘바탕’까지도 그 의미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어대사전」에 제시된 ‘질(質)’의 의미항목을 본의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Table 2.4
本義 ‘質’ 意味
1. 신뢰, 신뢰의 증표: (1. 2. 12. 13. 14. 15. 항목에 해당)
2. 물리적·공간적 바탕이나 재질: (3. 4. 5. 항목에 해당)
2-1. 추상적 본바탕, 본질, 품성: (6. 7. 8. 9. 항목에 해당)
3. 가차자: (25. 32. 항목에 해당)
4. 기타: (10. 11. 16. ~ 24. 26. ~31. 33. 항목에 해당)

3. 품질(品質)의 역대 용례와 경영학적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 부여를 위한 시도

3.1 품질의 정의와 사고전서(四庫全書)의 용례

지금까지 ‘품(品)’과 ‘질(質)’의 어원에 대하여 탐색해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품과 질이 합친 ‘품질(品質)’이란 어휘 가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를 통해 논의를 진행해본다. 국립국어원(The National Institute of The Korean Language)은 품질을 물건의 성질과 바탕으로 정의하고 있다.28) 이에 비해 중국의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은 ‘품 질(品質)’에 대하여 두 가지 의미를 수록하고 있다.
  • 1. 사람의 행위·작풍에서 표현되는 사상·인식·품성 등의 본질.

  • 2. 물건의 질

이 두 가지 의미 가운데 2번 ‘물건의 질’ 쪽이 한국어사전과 같이 현재 통용되는 의미이다. 그런데 「한어대사전(漢 語大詞典)」은 1번과 2번의 각각의 예문을 라오서(A舍, 1899년~1966년)와 주얼푸(周而復, 1914년~2004년)의 작 품에서 찾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최근 시대 작품에서 예시를 제시했다.
또한 한국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물건의 성질과 바탕”이라고 정의한 품질의 예시를 김주영(1939~)의 작품으 로만 예시하고 있을 뿐이며, 일본의 「광사원」 역시 품질을 ‘물건의 성질’이라 정의하고 ‘품질보증’을 그 예문으로 든다.
즉, 한중일(韓·中·日)의 사전들은 모두 ‘품질’에 대하여 근대 이후의 용례만을 제시하여 서술할 뿐이며, ‘물건의 성 질’로 정의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본 연구들이 범위를 넓혀 통시적으로 살펴본 결과 몇 가지 주요한 용례를 발 견할 수 있었다. 먼저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 ‘품질(品質)’을 검색한 결과이다.29)
Figure 3.1
四庫全書 ‘品質’ 檢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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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품질(品質)’이란 말은 「사고전서(四庫全書)」의 방대한 규모에도 불과하고 단지 27책에서 27회만이 보일 뿐인데,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검색결과는 다른 어휘로 판정해야만 하기에30) 그 용례는 더욱 적어지며, 매우 적 은 서적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시대적으로 가장 빠른 용례는 「인물지(人物 志)」에서의 것이다.
  • 「人物志」「七繆」 四曰, 品質有早晚之疑.

  • [넷째, 사람의 품성에 있어서 습득하는 것이 빠르고 늦는 차이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의문이 있다.]

여기서 ‘품질(品質)’은 사람이 타고난 자질이나 능력을 지칭하고 있다. 아울러 북송대(北宋代)의 육구연(陸九淵)의 글에서도 “비록 성품이 고르지 않아 현명함과 혼미함의 추이가 달라 순일하지 못할지라도 …… [雖品質不齊, 昏明異 趣, 未能純一 ……]”31)라 하여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청대(淸代) 후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보인다.
  • 硯說, 兼紀採石之地, 琢石之法, 及其品質之高下.32)

  • [벼루에 대하여 논할 때에는 그 벼룻돌을 채석한 곳, 돌을 조각한 방법, 그리고 그 품질의 높고 낮음을 아울러 기록해야한다.]

  • 玉石有品質故以喻修治之純也.33)

  • [옥에는 품질이 있어서 수기치인의 순정함의 비유가 된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사람의 품성을 가리키는 ‘품질’이라는 어휘가 위(魏, 220~265) 시대에 즈음하여 쓰이기 시작 하였으나, 후대까지 그다지 널리 사용되지는 않았음을 의미하며, 아울러 청대 후기에 들어와서는 물건의 품질을 가 리키는 어휘로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3.2 한국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의 품질 용례

그런데 한국의 경우에는 ‘품질(品質)’이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에서 5건의 용례를 찾아 볼 수 있으며, 조선 시대의 문집을 모아놓은 「한국문집총간」에도 30건의 용례가 보인다.34) 그 가운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35) 의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臣自少品質虛弱, 長在病中. 年幾六十, 前日小技亦無有矣.

  • [신은 어렸을 때부터 품질(品質)이 허약하여 오랫동안 병중에 있었습니다. 나이가 60이 되니 예전의 작은 기능도 없어졌습니다.]36)

  • 批曰, “……學問之明, 品質之直, 予已詳知, 而不能致之, 豈不惜哉?”

  • [왕이 비답하여 말하였다. “……그대의 학문의 밝음과 품성이 곧은 것을 내가 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조치해 주지 못하였으니, 어찌 애석하지 않겠는가?”]37)

  • 仁陵君李在協卒. 敎曰, “……此大臣品質, 予所稱歎, 擢至上相, ‘豈偶然! 所取者胸中無忮能傷人之心也.”

  • [인릉군 이재협이 죽었다. 왕께서 하교하셨다. “……이 큰 신하의 품성을 내 칭찬한 적이 있으니, 그를 발탁해서 수상(首相)까지 지내게 한 것이 어찌 우연한 것이겠는가! 가슴 속에 타인을 시기하여 해치려고 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38)

  • 帝容儀豐晳, 而品質淸脆, 念兩宮顧復拊育之恩, 節宣自護, 起居寢膳之際, 苟有妨於衛生, 一切戒愼

  • [(순종) 황제는 용모가 원만하고 명석하였으며 성품이 맑고 부드러웠다.]39)

여기서 볼 때 한국에서도 역시 ‘품질’이 사용된 예 역시 그다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에 대비해 뚜렷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즉, 왕조의 공식 역사 기록 문건인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에서 계속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은 사적으로 기록된 문집이 아니라, 왕조의 역사를 공식적으로 기록한 문헌이기에 엄격히 선택된 어휘가 사용된다. 이런 측면에서 ‘품질’은 용례가 5건에 불과하지만,40) 당대의 공식적인 어휘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게다가 ‘품질’은 왕이 신하에게 쓸 수 있는 말인 동시에, 왕(王)인 순종의 성품을 묘사하는 데 쓰일 만큼 격식 있는 어휘로, ‘성품’·‘품성’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품질(品質)’이라는 어휘는 한(韓)·중(中)에서 모두 역사적으로 사용된 바 있으며, 한국 에서는 비교적 후대에 이르는 시기까지 왕실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사실이 바로 경영학계에서 한국에서 사용하는 단어인 ‘품질(品質)’과 중국에 서 사용하는 ‘질량(質量)’의 관계이다. 현재 ‘품질(品質)’과 ‘질량(質量)’은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Quality’에 대응되는 말로 사용되고 있지만, 양국이 왜 이렇게 상이한 어휘를 사용하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앞서 언급되었던 위대(魏代)의 「인물지(人物志)」에 ‘품질(品質)’ 이라는 단어와 함께 ‘질량(質量)’이라는 어 휘가 등장한다.
  • 凡人之質量, 中和最貴矣. 中和之質, 必平淡無味41)

  • [무릇 사람의 품성에 있어서 중화(中和)를 가장 귀중히 여긴다. 중화(中和)를 본바탕으로 하는 사람은 반드시 평온하여 모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질량(質量)’은 ‘품질(品質)’과 동일한 의미인 ‘사람의 품성’으로 사용되었다. 즉, 한·중 양국이 경영학계 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각의 어휘는 사실상 동일한 출전에서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4. 결론: 경영학에서의 품질 정의 재고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품질(品質)’이라는 어휘는 근현대의 변화를 겪으며 현재 경영학에서의 용어로 널리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타난 특이점은 ‘어떤 사람의 성품·품성’을 지칭하는데 사용되었던 품질(品質)이 근현대의 변화를 겪으며 ‘사물·물건이 가지는 모종의 속성’를 지칭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4.1 경영학계에서 품질(Quality)의 위치

이에 대비해 현재 경영학계에서의 품질(Quality)에 대한 정의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Table 4.1
Modern definition of Quality
Authors Definition
Reeves, Bednar, 1994 Quality continuously has been a topic of intense interest throughout history. And still yet to be addressed in many numerous academic and business areas. It may be the most frequently repeated and recognized concept among many contemporary organizations

Korean Quality is pronounced as “pum-jil”, in hanja, Chinese characters, it is written as “品質”.
Each character has its own meaning. First character “品” has meaning “product” and the second character “質” has meaning of “matter”. And when these two separate characters come together, they make a word “pum-jil” which means the basis and the nature of the good.
As the meaning of the quality in hanja, quality is the basis and perhaps can be the most important and complex component in business strategy.

Golder, Mitra and Moorman, 2012 Firms and customers search and compete on quality, and markets transform by it. Quality is a key to delight customers, increase firm profit, and the growth of economy

Zeithaml, Parasuraman, and Berry, 1990 they had a survey and find out that the corporate executives ranked the improvement of quality as the most critical challenge facing in U.S. businesses areas.

Feigenbaum, 1982: 22 Quality has been described as "the single most important force leading to the economic growth of companies in international markets"

Abbott, 1955; Feigenbaum, 1951 Since an exact definition does not exist, finding the definition of quality has brought inconsistent results and different definitions are appropriate under different circumstances. Also, quality has been defined variously throughout the history as value

Gilmore, 1974; Levitt, 1972 specification conformance

Crosby, 1979 requirement conformance

Quran, 1974, 1988 suitability for use

Taguchi, cited in Ross, 1989 loss prevention

Parasuraman, Zeithaml, & Berry, 1985 exceeding customer expectations

Reeves, Bednar, 1994) The concept of examination of quality has multiple and disarray definitions and has been used widely to variety of situations regardless of the period or context which was defined
이러한 경영학계에서의 ‘품질(品質)’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추상화해보면, 본 연구자들은 서양철학에서의 아르테 (Arte) 개념을 연상한다.42) ‘아르테’는 ‘모종의 것이 그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는 최선의 상태’43)를 지칭한다. 그리고 ‘아르테’의 주체는 사물을 비롯하여 사람, 나아가 국가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데, 온전한 기능의 발휘란 측면에서 품질 과 아르테는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4.2 관계성에서의 품질(品質) 재정의

그런데 품질과 아르테라는 두 개념은 대체적으로 어떤 사물의 개체적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즉, 이 개념들은 경영 학에서 필요한 고객-상품-생산자 사이의 관계성 논의를 놓치고 개별적 개체에서만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계성’이라는 맥락에서 ‘품질’에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품(品)’과 ‘질(質)’ 각각의 주효한 의미를 선별하여 의미를 조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44)
Table 4.2
‘品’ ‘質’ ‘品質’ 意味

물건 품격, 등급
ⓐ 바탕, 본질 물건의 바탕, 본질 본질적인 품격

ⓑ 약속(신뢰)의 증표 약속(신뢰)의 증거물 약속(신뢰)를 나타내는 등급
위의 표를 보면 질(質)이 가진 ⓐ측면에서 조합된 의미는 현재 통용되는 ‘품질’보다 조금 풍부하지만, 근본적인 차 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 측면에서 조합된 의미는 약속(신뢰, 信賴)이라는 맥락이 부여되는데, 이 경우 품 질의 의미는 개체적 의미에서 머물지 않고, 타자와 관계라는 맥락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본 연구자들은 ⓑ에 바탕을 두고 품(品)과 질(質)을 해석하여, 다음과 같이 인문학, 훈고학적 의미에서 바라본 품질에 대한 경영학적 의미를 정의하고자 한다.
먼저, ‘품질’에는 상품(Goods, Service)에 기본적인 기능적 우수함(Quality)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능적 우수함은 소비자의 요구(Needs)와 부합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품질의 약속 (신뢰, 信賴)는 공급자와 소비자간에 이 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상품에 대한 신뢰(Trust) 없으면 지속적인 소비자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품은 궁극적으로 비용(Expenses)과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신뢰(Trust)와 교환되는 것이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인문학적(人文學的), 훈고학적(訓詁學的)인 측면에서 고찰하여 볼 때 본 연구자들은 ‘품질(品質)’에 ‘약속(신뢰)의 증거물, 혹은 그것을 나타내는 등급’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4.3 논문의 한계 및 향후 연구과제

본 논문의 한계로는 먼저 한국에서의 ‘품질(品質)’, 중국에서의 ‘질량(質量)’의 함의가 근현대를 거치며 어떻게 변 화·사용되었는지에 관한 변화 과정을 명료한 추적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보다 정밀한 사료 조사를 통한 구체화가 필요하다. 다만 본 연구논문에서 제시한 기윤(紀昀), 「홈정사고전서총목(欽定四庫全書總目)」과 이광지(李光池), 「시소(詩所)」에서의 용례는 그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 동아시아 삼국 즉, 한, 중, 일의 사료 연구에서 일본에 대한 연구는 「광사원(廣辭苑)」 사전 등을 참고하였으 나, 한국의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이나, 중국의 「사고전서(四庫全書)」와 같은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없어 연원 에 대한 고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본 연구 논문에서 논의하였듯이 경영학계에서의 ‘품질(品質)’이라는 용어 정의를 추상화해보면, 서양철학에 서 ‘모종의 것이 그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는 최선의 상태를 뜻하는 ’아르테(Arte) 개념을 연상하게 된다. 이 아르테와 ‘Quality’의 어원 및 발전 연구를 통해 서양에서의 품질(品質) 개념의 발전을 동양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NOTES

2) 어떤 한자가 최초로 씌어졌을 때, 그 자형에 반영되어 있는 의미(original meaning)를 ‘본의(本義)’라고 한다. 전광진, 「중국문자훈고학사전」(서울: 동문선, 1993), 274-275.

3) 국립국어원 제공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

4) 네이버 제공 한자사전, http://hanja.naver.com

5) 「네이버 제공 한자사전, http://hanja.naver.com

4) 「설문해자」는 후한(後漢)의 허신(許愼)에 의하여 편찬된 중국 최초의 한자사전이다. 본 논문에서 인용된 「설문해자」는 아래 판본의 교 감과 주석에 의하여 인용·해석되었다. 許愼, 「說文解字(附檢字)(北京: 中華書局, 2009) ; 莊人傑 編纂, 「說文解字集注」(上海: 上海古籍 出版社, 1996).

6) ‘衆’자는 「설문해자」에 ‘眾’로 쓰였다. 이 글자의 상부구조는 본래 태양[日]으로, 후대로 내려가며 ‘血’나 ‘罒’와 같은 형태로 잘못 변했 기에[訛變] 현재와 같은 자형이 되었다. 하부구조는 세 명의 사람[众]을 상형하였다. 즉 태양 아래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는 뜻을 가 지는 회의자(會意字)이다.

7) 이에 대한 더욱 자세한 논의는 다음을 참고하라. 于省吾 主編, 「甲骨文字詁林」(北京: 中華書局, 1996), 745-746; 古文字詁林編纂委員 會, 「古文字詁林」第2冊(上海: 上海敎育出版社, 2000), 615-617.

8) 양동숙, 「갑골문해독」(서울: 書藝文人畵, 2005), 178-180.

9) 中國社會科學院 考古硏究所 編, 「殷周金文集成󰡕第10冊(上海: 中華書局, 1984), 5415번 <保卣>.

10) 中國社會科學院 考古硏究所 編, 「殷周金文集成」第9冊(上海: 中華書局, 1984), 4241번 <邢侯簋>.

11) 白川靜, 「(新訂)字統」(東京: 平凡社, 2004), 296.

12) 이상의 논의는 다음을 참고하라. 古文字詁林編纂委員會, 「古文字詁林」第2冊(上海: 上海敎育出版社, 2000), 615~617.

13) 상동.

14) 이하의 의미항목은 모두 「한어대사전」의 것으로, 의미항목의 번호만을 제시한다.

15) 질(質)이라는 글자의 경우에는 고문자 단계인 갑골문·금문에서 ‘질(質)’로 확정지을 수 있는 자형을 찾을 수 없다.

16) 聲部는 한국어에서 자음(子音)에 해당.

17) 段玉裁, 「說文解字注」

18) 금문에 보이는 자형에 대해서는 董蓮池 篇, 「新金文編」卷上(北京: 作家出版社, 2011), 808을 참고하라. 그 밖의 자형과 논의에 대해서는 古文字詁林編纂委員會, 「古文字詁林」第6冊(上海: 上海敎育出版社, 2003), 209를 참고하라.

19) 質劑는 “관(官)에서 발행하여 교역할 때 쓰던 어음. 액면 가격이 큰 것은 ‘질’, 작은 것은 ‘제’라고 이른다.”네이버 국어사전 더욱 자 세한 사항은 「漢語大詞典」을 참조.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36209100)

20) 「論語」「雍也」. 원문의 번역은 이기동, 「논어강설」(성균관대출판부, 1991.)을 기본적으로 참조하나, 문맥을 고려하여 일부 수정하였다. 번역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 그 근거는 각각의 각주에 밝혔다. 이하 「논어」·「맹자」·「주역」의 예문 동일.

21) 「論語」「顔淵」.

22) 이 구절의 해석은 吉田賢抗의 견해를 따른다. 吉田賢抗, 「論語(新釋漢文大系)」(東京: 明治書院, 1979), 276.

23) 「論語」「顔淵」.

24) 「論語」「衛0公」.

25) 「周易」「繫辭傳下」. 「周易」「繫辭傳下」. 번역은 다음을 참조하였다. 이기동, 「주역강설」(서울: 성균관대출판부, 1997), 959.

26) 「孟子」「滕文公章句下」. 번역은 다음을 참조하였다. 이기동, 「맹자강설」(서울: 성균관대출판부, 1991), 304.

27) 이에 대한 풍부한 예증은 다음을 참고하라. 高亨, 「古字通假会典」(濟南: 齊魯書社, 1997), 569.

29) 이 검색은《文淵閣四庫全書電子版(ě上版)》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졌다. 서비스 주체의 홈페이지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www.sikuquanshu.com/main.aspx

30) 《文淵閣四庫全書電子版(ě上版)》 시스템은 원문 표점을 제공하지 않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御批資治通鑑綱目」에 보이는 11회의 용례는 모두 ‘품(品)’과 ‘질(質)’이 각각 사용되었기에 ‘품질’의 용례로 인정할 수 없다.

31) 陸九淵, 「象山集」「與李宰」.

32) 紀昀, 「欽定四庫全書總目」.

33) 李光池, 「詩所」.

34) 이 검색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제공하는 “한국고전종합DB”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db.itkc.or.kr/itkcdb/mainIndexIframe.jsp

35) 이 검색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제공하는 「조선왕조실록」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sillok.history.go.kr/main/main.jsp

36) 光海50卷, 4年(1612, 壬子) 2月 6日(辛未) 2번째 기사, 「우의정 이항복이 출사하여 시사청에서 인견하고 제반 국정을 논의하다」

37) 英祖1卷, 卽位年(1724, 甲辰) 10月 17日(丁亥) 1번째 기사, 「지평 윤동원이 상소하여 사직하니 속히 올라와 학문을 펼치라고 비답하다」

38) 正祖28卷, 13年(1789, 己酉) 12月 27日(戊寅) 2번째 기사, 「인릉군 이재협이 죽다」

39) 純宗純附 17卷 19年(1926), 6月 11日, 6번째 기사, 「순종 황제의 행장」

40)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의 초고에 해당하는 「承政院日記」에는 약 20여건의 용례를 찾을 수 있다.

41) 劉劭, 「人物志」「九徵」

42) 서양철학의 Arte는 德으로 번역되지만, 그 함의는 다르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43) 서양철학에서 Arte와 기능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하라. 박종현, 「헬라스 사상의 심층」(서울: 서광사, 2001), 3장 「기능과 관련된 헬라스 철학의 전통」.

44) 의미항목의 정리에 대해서는 표1. 표2를 참조하라.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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段玉裁. 說文解字注.

劉劭. 人物志.

陸九淵. 象山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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周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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